작품 상세 설명
‘천자문(天字文)'은 4언 절구의 한시로 된 대표적인 한문 교본이다. 중국 남북조 시대 양무제 때의 학자인 주흥사(周興嗣)가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는 일화가 있다. 주흥사가 양무제의 노여움을 사 주살 당하게 되었는데 이를 용서 받는 조건으로 하룻밤에 4자씩 250구절의 시를 짓되 한 글자도 중복되는 것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노심초사 끝에 이를 만든 주흥사는 얼마나 힘이 들었던지 하룻밤 사이에 머리가 하얗게 세어 그 후 백두(白頭)또는 백수(白首) 선생이라 부르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천자문 또한 일명 백수문(白首文)이라고도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천자문의 첫 구절은 천지현황(天地玄黃)이다.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천자문의 첫 구절인 천지현황은 도자기에서도 보인다. 백자에서 보이는 천지현황은 관요 설치 이후의 명문들이다. 각각 한 글자씩만을 굽 안바닥에 새기고 있다. 초벌구이를 한 기명 위에 유약을 시유한 후 뾰족한 기물로 유약을 긁어내듯 음각기법으로 글자를 새긴 것이다. 이러한 천지현황의 의미는 확실치 않지만 한 가마에서 함께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그릇의 구분을 위한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본 작품은 관요에서 만든 기명답게 정선된 태토에 색감은 눈부시게 하얀 설백색의 백자유가 굽과 굽 주위를 제외한 전면에 고르게 시유되었다. 구연은 외반되었고, 구연에서 굽에 이르는 외측면선(外側面線)은 완만한 곡선을 이루나 외측면(外側面) 상단(上段)에 깊이가 얕은 골이 횡(橫)으로 파여 있다. 내면(內面) 중앙(中央)에 내저원각(內底圓刻)이 있으며 天(천)명이 굽 안 중앙에 음각으로 쓰여 의젓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굽은 다리굽이며, 굽다리 바닥에 모래를 받치고 번조하였다. 내저(內底)에 모래 부스러기가 살짝 묻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