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宇城 邊時志

Byun ShiJi

  • 제주 풍경

濟州 風景

Jeju Island Landscape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45.7×53.2㎝

좌측 상단에 BYUN.SHIJI 志

액자

추정가

  • KRW  20,000,000 ~ 45,000,000
  • USD   13,760 ~ 30,960
  • JPY     2,177,000 ~ 4,898,000

낙찰가

KRW 20,000,000

작품 상세 설명

‘폭풍의 화가’ 변시지는 붓으로 제주를 세계에 널리 알렸다. 일본과 서울을 돌아 50줄에 제주로 귀향한 변 화백은 젊은 시절 명성을 안겼던 인상파적 사실주의 기법을 모두 버리고 섬의 근원과 잇닿은 ‘척박한 그림’에 천착한 끝에 독보적 화풍을 일궜다. 태풍에 고립된 섬을 무대로 인간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조형언어로 풀어낸 그의 ‘제주화’는 처연함과 아련함으로 가득하고, 절대 고독이 관통한다. 제주를 닮았다. 아니, 제주 자체다. 오사카로 떠난 지 44년 만에 고향에 정착한 변 화백은 실존적 반성을 통한 제주 정체성 탐구에 몰입했다. 화려한 채색은 제주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비원파 기법을 모두 버렸다. 세상과 담을 쌓고 3년간 오롯이 제주 풍토를 반영한 ‘척박한 그림’에 천착한 끝에 독창적 색감과 색채를 발견했다. 황톳빛이 온통 화면을 뒤덮었다. 바람은 태풍으로 회오리쳤다. 변시지풍의 완성이었고, 제주화의 탄생이었다. 제주를 그리되 껍데기를 걷어내고 순수와 원시의 빛깔을 입힌 결과였다.

“비행기에서 본 제주의 풍경에 문득 황금색이 눈에 들어왔다. 경외감을 느꼈다. 그것은 숙명이었다. 제주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1975년 제주도에 오는데 그때 비행기 위에서 본 제주의 풍경이 바로 황금빛이었습니다. 저도 그때까지 제주라고 하면 푸름을 떠올렸는데, 석양에 물든 바다나 땅이 모두 황금색으로 변할 때 풍요로움을 뛰어넘어 경외함까지 느껴졌습니다. 노란색은 굉장히 화려한 색입니다. 화려한 색으로 우리 정소를 표현하는 것, 어떠면 그것이 저에겐 숙명이었습니다.”
-작가 인터뷰 중에서 발췌

변시지의 제주도 그림은 사생에 의한 풍경이 아니다. 그의 내면을 통해 걸러 나온 풍경이다. 그러면서도 그 어떤 제주의 풍경화보다도 제주다운 풍경이다. 여기에 그의 예술의 진면목이 있고 예술과 풍토의 관계를 재음미하게 하는 내면이 있다.
- 오광수. 미술칼럼니스트

작가 소개

1926년 제주도 서귀포에서 아버지 변태윤, 어머니 이사희의 5남 4녀 중 4남으로 태어났다. 본관은 원주(原州)이고 호는 우성(宇城)이다. 1931년 6세가 되던 해 가족과 함께 일본 오사카로 이민을 떠났다. 1945년 오사카미술학교[大阪美術學校]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도쿄로 상경하여 일본 서양화가 데라우치 만지로[寺內萬治郞]를 사사했다. 1947년 광풍회전(光風會展)와 일전(日展)에서 첫 입선한 뒤 1948년 제34회 광풍회전에서 최연소로 최고상을 수상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듬해 도쿄 시세이도화랑[資生堂畵廊]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고 1950년부터 광풍회 심사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1957년 영구 귀국할 때까지 일본 아카데미즘 미술에 기반을 둔 풍경화와 인물좌상을 그리면서 광풍회전과 일전을 중심으로 작가 활동을 지속했다.
귀국 이후 마포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서라벌예술대학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으나 1975년부터 제주대학교 미술교육과에 재직하면서 고향인 제주도에 정착했다. 이후 줄곧 제주도에 머물며 황토색 바탕 위에 검은 필선으로 제주 특유의 거친 풍토와 정서를 담은 작품을 제작해 오다가 2013년 향년 87세로 사망했다. 대표작으로는 「베로모의 여인」(1948), 「바이올린을 가진 남자」(1948), 「절도(絶島)」(1981), 「제주바다 1, 2」(1991)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예술과 풍토, 선·색채·형태에 관한 작가노트』(열화당, 1988)가 있다.
변시지는 주로 제주의 바람과 바다와 말을 그린다. 한 마리의 바닷새와 돌담의 까마귀와 쓰러져 가는 초가와 소나무 한 그루와 마침내 이 모든 것을 휘몰아치는 바람의 소용돌이 등 이러한 풍경 속에는 어김없이 구부정한 한 사내가 바람을 마주하고 서 있는데, 이러한 변시지 회화의 기본 구도 속에는 형언할 수 없는 비애와 고독감이 고즈넉하게 녹아 있다. 화면 전체가 장판지색 혹은 건삽한 황토빛으로 처리되어 있고, 풍경과 인물은 먹선의 고졸(古拙)한 맛과 역동성(力動性)이 함께 어울려 장대한 대자연의 율동으로 형상화된다. 변시지의 그림은 얼핏 보기에 제주의 풍물이 시적으로 처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갈매기와 바닷새와 쓰러져 가는 초가, 바람 혹은 태양을 마주하고 망연히 서 있는 사내 등 이러한 소재들은 인간존재의 근원적 상황을 드러내기 위한 부수적인 소도구일 뿐 제주풍경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풍물시가 아니다. 풍경으로 처리된 변시지의 인물에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인간에 대한 연민과 우수이고 그 표현의 저돌성은 모두 아름답고 개성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