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상세 설명
천자문의 첫 구절은 천지현황(天地玄黃)이다.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천자문의 첫 구절인 천지현황은 도자기에서도 보인다. 백자에서 보이는 천지현황은 관요 설치 이후의 명문들이다. 각각 한 글자씩만을 굽 안 바닥에 새기고 있다. 초벌구이를 한 기명 위에 유약을 시유한 후 뾰족한 기물로 유약을 긁어내듯 음각기법으로 글자를 새긴 것이다. 이러한 천지현황의 의미는 확실치 않지만 한 가마에서 함께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오늘날 가나다라와 유사하게 그릇의 순서를 의미하는 구분을 위한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본 작품은 관요에서 만든 기명답게 정선된 태토에 색감은 눈부시게 하얀 설백색의 백자유가 굽과 굽 주위를 제외한 전면에 고르게 시유되었다. 구연은 외반되었고, 구연에서 굽에 이르는 외측면선(外側面線)은 완만한 곡선을 이루나 외측면(外側面) 상단(上段)에 깊이가 얕은 골이 횡(橫)으로 파여 있다. 내면(內面) 중앙(中央)에 내저원각(內底圓刻)이 있으며 地(지)명이 굽 안 중앙에 음각으로 쓰여 의젓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굽은 다리굽이며, 굽다리 바닥에 모래를 받치고 번조하였다. 내저(內底)에 모래 부스러기가 살짝 묻어 있는 고급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