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
박항률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홍익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였고 1977년부터 30여회의 개인전, 국내외에서 다수의 단체전 및 초대전을 가진 바 있다.
박항률의 그림 속에서는 고구려 벽화에서 나오는 상상의 동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소녀의 머리 위에 앉아 있는 날개 달린 물고기 비어(飛魚), 인간의 얼굴을 한 새 인면조(人面鳥), 해 속에 사는 세 발 가진 까마귀 삼족오(三足烏), 등에 소년을 태우고 달리는 천마(天馬)등은 상상력이 고갈된 우리의 현재적 삶에 신화적 상상력의 문을 활짝 열어준다. 그 세계 속에는 인간이 궁극적으로 다다르고 싶어 하는 동화나 신화의 세계가 있다. 그가 묘사하고 있는 인물들은 침묵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무언가 알고 있으나 입을 열고 있지 않는 듯한 눈빛을 지니고 있는 이 인물들에게는 체념, 무관심, 마음 깊은 곳에 세상에 대한 열정은 있으면서도 말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지성인의 고뇌와 같은 회한이 나타나 있다. 구도자를 연상시키는 얼굴들과 슬픔과 분노를 외면한 듯한 침묵의 표정은 화면의 구도와 완벽하게 어우러져 신비감마저 감돌고 있으며, 화면 전체에서 느껴오는 인물의 투명한 모습은 물질문명에 찌든 영혼의 갈증을 풀어준다.